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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옥에서 모락모락 문학의 향기, 청운문학도서관


종로구 서촌 일대는 시간의 장막이 겹겹이 쌓여 있는 특이한 장소다. 경복궁이 떡하니 버티고 서있던 조선시대, 윤동주가 잎새에 이는 바람에도 괴로워하고 이상이 암호같은 시를 써내렸던 일제강점기, 옥인시범아파트 자리로 대표할 수 있는 산업화 시기까지. 이 일대의 분위기는 과거가 켜켜이 쌓인 오페라케이크와도 같다. 이러한 문화적 요소를 보다 충만하게 느낄 수 있는 곳이 있다. 윤동주문학관 근처, 인왕산 자락 아래 자리 잡은 청운문학도서관이다. 

                    
                

안견이 사랑한 경치 아래, 문학을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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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왕산 안에 폭 안겨있는 한옥들. 손으로 만든 기와와 돈의문에서 철거된 한옥의 기와를 사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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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미나실의 모습. 32명 정도가 한번에 사용 가능하다.

인왕산과 수성동 계곡으로 이어지는 청운공원에 나무향기가 날 것만 같은 새로운 한옥건물이 들어섰다. 2014년 11월에 개관한 시​·문학 특성화 도서관인 청운문학도서관이다. 1층에는 여러 채의 한옥이 들어섰지만 밑에는 현대적으로 지은 반지하식 공간으로 이루어져 있다. 이 한옥 내부는 대관이나 도서관 자체 프로그램이 진행되는 곳이다. 창작소-1, 2는 일반인도 예약 가능하지만 작가가 장기 계약을 맺고 문학 창작에 집중할 수 있는 곳. 그 외 한옥 세미나실, 대청마루, 안마당, 누정 등도 각종 대관 행사를 벌일 수 있다. 다만 대관이 되지 않았을 때는 세미나실만 열람실로 사용하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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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부 열람실의 모습. 책장 위에는 추천도서를 소개하는 게시물이 세워져 있다.

지하로 내려가면 알록달록한 열람실이 나온다. 아이들을 위한 키즈존에는 마루바닥과 함께 폭신폭신한 우물모양의 자리를 배치했다. 노란 책장과 경쾌한 색감의 자리가 어울려 톡톡 튀는 분위기를 연출한다. 다른 한 쪽에도 나무 탁자와 의자가 갖춰져 조용히 책을 읽고 싶은 사람들에게 개방되어 있다. 조금 다른 분위기를 접하고 싶다면 지층에 있는 북카페나 일층의 세미나실에서 책을 읽는 것도 좋겠다.
 
이곳의 특징은 이름에 걸맞게 문학 컨텐츠가 다양하게 갖춰져 있다는 점. 문을 연지 얼마 되지 않은 도서관이라 도서 입고도 꾸준히 진행하고 있다. 희망도서를 들여오는 경우 이용자들이 희망하는 도서 중 청운문학도서관의 주제에 맞는 도서인지 심사를 거쳐 입고한다. 현재 문학서적 약 9,000권을 보유하고 있으며 앞으로도 2만 권까지 자서 보유량을 늘릴 계획이란다. 특히 종로구와 인연 깊은 시인들을 기억하기 위해 시 분야를 충실하게 갖출 예정이라고.
 
한편 2015년 1월부터는 한 달에 한 번씩 사서 추천도서를 공지하기 시작했다. 성인 2권, 아동 1권, 유아 1권으로 총 4권의 도서를 매달 1일에 발표하고 있다. 이렇게 선정된 이 달의 추천도서는 보다 많은 이용객들의 열람을 위해 한 달간 대여가 금지되며 관내에서만 읽을 수 있다. 
 

 

한옥 안에서 전통 배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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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년 12월에 진행한 서당체험에서 예절교육을 받은 뒤 신나는 전통놀이를 즐겼다. 

청운문학도서관에서 가장 활발하게 벌어진 체험활동은 서당체험이라고 해도 좋을 것이다. 2014년 12월 9일부터 19일까지 진행되었던 프로그램인 <‘365 종로창의버스’ 타고 도서관 나들이>에서 진행한 한옥체험 서당나들이가 그렇다. 총 240명의 종로구 내 초등학생 및 학부모들이 하루동안 서당예절체험, 독서코칭, 전통놀이 체험 등 다양한 교육을 한옥세미나실과 마당에서 받았다. 올해 학기제로 시작된 청운 까치서당도 그렇다. 다만 이 두 사이에 차이가 있다 청운 까치서당이 보다 장기적으로 운영된다는 것. 1학기는 2015년 4월 25일 토요일에 이미 시작되었으며 매주 토요일, 8월 1일까지 진행된다. 종로구 내 초등학생 1~3학년생 15명이 뽑혀서 이미 1일차 교육이었던 방석 예절을 배웠다. 2학기는 8월 22일부터 시작되며 1학기가 끝날 때 즈음 다시 2학기 학생을 모집할 예정이다.
 
종로구 안에서 유독 이런 한옥체험공간이 늘어나는 이유는 무엇일까? 부분적으로는 한옥에 대한 환상일 수도 있겠다. 전통이 항상 고정된 모습으로 존재하며 그 모습을 그대로 쭉 이어가야 할 의무가 있다고 생각하는 것처럼 말이다. 그러나 그 전통조차도 꾸준히 다른 지역과의 문화교류에 따라 그 당시에 가장 편리한 모습으로 바뀌어왔다. 이런 한옥체험이 의미를 가지는 것도 그 지점에 있다. 일제강점기와 한국전쟁을 거치며 전통이 단절되었던 대다수의 사람들이 다시 전통을 배우고 바뀌어가는 생활패턴에 따라 발전시킬 수 있다는 것. 그런 점에서 현대 문학과 한옥체험을 함께 접목시키는 청운문학도서관의 활동이 빛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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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운문학도서관에서 조금만 올라가면 수성동 계곡이 나옵니다. 여기를 아울러 서촌 나들이를 나가셔도 좋겠네요.

트래블투데이 박선영 취재기자

발행2019년 11월 18 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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